재택 근무 6주 회고

 

재택근무를 하게 된 계기?

우리 회사는 시리즈 B 투자 이후, 공유 오피스를 벗어나 자사 사무실을 얻었다. 공유 오피스를 벗어난 첫 자사 오피스였기 때문에, 인테리어 또한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작업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아트 테크'라는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서 그런지 가구 하나하나,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주셨다. 앞으로 계속 함께할 사무실이기 때문에 좋은 인테리어 결과를 얻고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개념으로 인테리어를 마칠 때까지 6주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좋은 점

1. 잠을 더 잘 수 있어요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10:00 - 19:00의 출근 시간이 있지만, +- 1시간씩은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나는 보통 9시 40-50분 정도까지 회사를 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유는 따로 없지만 동료들이 적을 때 여유롭게 준비하는 게 마음이 편한 게 가장 큰 이유일 거 같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도어 투 도어로 1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최소 8시 40분 전후로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퇴근 시간이 일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아침에 취미인 운동을 주로 가는데, 만약 출퇴근을 한다면 반드시 6시 반 전에는 헬스장에 들어가야 했다. 1시간 전후로 운동하고 10분 스트레칭, 밥 먹고 씻으면 8시 40분 전후가 되기 때문이다. 

 

재택을 한다면 6시 ~ 6시 10분에 일어났던 것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8시까지도 늦잠을 잘 수 있다. 출퇴근을 하면 7시간을 빠듯하게 자는 느낌인데 재택을 한다면 정말 시간이 많이 여유롭다. 일찍 눈이 떠져서 운동을 빨리 갔다 온다면, 원격 출근을 조금 더 일찍 해서 일을 빨리 끝낼 수도 있고, 점심 식사도 밥 먹으러 움직이는 시간이 따로 들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쉴 수 있다.

2. 재택근무라고 일의 효율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일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효율을 따졌을 때, 재택근무가 익숙하다는 가정하에 재택과 대면 근무의 업무량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재택근무를 할 때는 따로 슬랙을 통해 채팅 대화 또는 허들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크게 대화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개인의 업무가 뚜렷하다면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게 매우 효과적인 것 같다.

 

이번 재택 기간 동안에는 특히 해야 할 일이 뚜렷해서 도움이 됐었던 것 같다. 요구 사항이 있었고 이를 재택 끝날 때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만족스럽게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팀 내부에서는 특정 요일(화요일, 목요일 또는 금요일) 오전에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을 대관하여 서로 일정을 공유하고 피드백받는 시간을 가졌다. 마치 스프린트처럼 다음 미팅까지 집중해서 작업하고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또 오전에만 미팅을 진행하다 보니 느슨해지기 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다시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프로세스가 재택 기간 중에 매우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퇴근하면 바로 집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도 피로도가 덜 싸여서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시간도 있었고, 가끔은 친구를 저녁에 만나기도 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

1.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힘들어요

가장 아쉬운 점은 타 팀과의 일정 공유 그리고,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처리하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는 '재택을 하지 말자'는 아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고 우리가 세운 결과를 낼 때까지 재택은 '지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재택에 들어가다 보니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 팀에서 일정을 계속 공유해주시고 알림을 주시긴 하지만, 텍스트로만 요구사항을 판단하려고 하니 결과물을 냈을 때 다시 수정에 들어가는 작업이 잦았던 것 같다.

2. 사람이 그리워요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꽤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개발자로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다른 종류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점심 식사에서도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기술이 흥미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앞전에 쓴 글인 ChatGPT와 같은 내용도 다른 개발자 분들과 점심을 먹으며 나왔던 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슬랙의 DM, 허들 등에서도 물론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목적지향적인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대화가 많이 그리웠던 것 같다.

3. 오히려 번아웃?

2번과 연결되는 내용이기도 한데, 워낙 말을 안 하다 보니 동기부여가 떨어졌던 것 같다. 어차피 '주어진 일만 잘하면 돼'와 같은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커졌던 것 같다. 블로그를 글 작성을 쉬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시간이 더 많음에도 귀찮음이 더 컸다. 사람을 자주 안보다 보니 오로지 나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이나 동기부여가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글을 다시 쓰게 된 것도 재택이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것도 크다 ㅋㅋㅋ.

결론

나는 끝이 있었기에 원격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워라밸을 생각한다면 재택만큼 좋은 게 없을 수 있지만, 이미 내 나름대로의 워라밸은 대면 근무 시에도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출퇴근은 힘들지만 대면 근무가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아예 원격 근무를 주 1회(?) 정도 팀 내부에서 요일을 정해서 다 같이 회사를 하루 비우는 것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